[추석과 고향 이야기]
돌아오는 수요일이 추석입니다. 매년 추석을 맞지만 한 해가 다르게 그 의미와 느낌이 점차 내게서 멀어지는 걸 느낍니다. 이번 추석은 성도님들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으며 옛정도 같이 나누었으면 합니다. 특별히 혼자 계신 분들과 친지가 없으신 가정이 함께 참여 하시면 좋겠습니다.
추석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한국적 추수감사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옛 선인들은 농사를 지어 거두면서 도움을 준 분을 기억하였습니다. "그 다른 도움이 무엇일까? 누가 도와 주셨을까?"하고 생각하다가 그 도운 분이 조상(祖上)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사를 조상에게 드리는 일종의 한국의 토속적인 감사절이기도 한 것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감사]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죽은 조상이 복을 준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어릴 때 추석과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 중에는 맛있는 것들을 먹는 즐거움과 함께 또 ‘새 옷’을 입는 즐거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추석인데 우리 아이들에게 옷 한 벌 사 주는 것을 잊었네요. 요즘이야 옷이 흔하지만 예전에는 옷 한 벌 사는 것도 큰 행사 중에 하나였지요~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에 따라나가면, 어머니는 시장을 두루 돌면서 고르고 가격을 깍느라실이하던 모습들..., 그러다가 가격이 안 맞으면 그 가게를 돌아서 나오는데, 괜히 나만 옷 못 얻어 입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던 일들~^^
저는 고향이 없어(서울) 느끼지 못하지만 아직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로 한국의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만들어집니다. 그래도 ‘고향’ 하면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 봄이면 진달래로 덮이고 싱아 따러 헤매던 산, 검정고무신에 고기 더듬질하던 개울, 이유 없이 몇 번이고 건너던 징검다리…, 가을이면 알밤 줍던 생각, 소복하게 눈이 내린 겨울이면 처마 끝 참새 집을 뒤지던 일…등등 추석날 고향 가 본건 고사하고, 고향조차 없는 제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은 아마 저보다 그 감회가 더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고 말씀합니다. 사람에게는 육의 고향인 흙이 있고, 영의 고향인 하나님 나라가 있는 것입니다. 육의 고향은 변하고 시드는 곳이지만 영의 고향은 영원히 변치 않고 시들지 않습니다. 영의 고향에는 사망도 없고 애통하며 곡하는 것도 없으며 아픈 것도 없습니다.(계21:4)
성경은 인생을 가리켜 "나그네"라고(벧전 2:11) 말하였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지상에서 영원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존재이기에 나그네이지요. 추석은 고향을 찾아가는 절기입니다. 그 고향을 멀리 두고 가지 못하는 성도님들의 마음이 허전하실 겁 압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은 하늘의 본향이 잊지 않습니까? 이 좋은 절기에 주님의 은혜까지 풍성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이흥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