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소금이 아니라 ‘세상의(땅의) 소금’
‘세상(땅)’은 ‘하늘’과 대비되는 개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기도하라고 가르치신 것처럼, 이 공간들은 하나님의 통치가 베풀어져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 선언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하늘나라 백성들의 정체성이 나타나고 발휘되는 자리는 저 하늘이 아니라 이 땅이요, 이 세상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게 합니다. 소금의 가치는 홀로 있어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소금은 그 특성상 타자를 위해 쓰일 때라야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입니다. 바구니 안에 가둬 놓은 등불은 아무리 밝게 타오른다 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등불이 밖으로 꺼내질 때 온 사방을 비추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하늘나라 백성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과 세상 속에서 그 정체성과 의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수님의 이 선언이 ‘박해’라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 땅과 이 세상은 하늘의 뜻에 순응하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제자들은 이 땅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스도 때문에 세상에서 모욕을 받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거절과 핍박은 제자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그래서 세상과 결별하고 우리끼리의 리그를 만들려 할지 모른다…] 이를 잘 아시는 예수님은 제자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하늘이 아니라 이 땅이요 세상이라는 것을 말씀하시며 그들의 등을 떠미시고 계신 것입니다.
‘세상의 소금’은 사회의 유익을 위해 깊이 헌신된 공동체여야 한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교회가 사회 공공의 안녕에 깊은 관심을 가진 공동체가 돼야 함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름을 받은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우리가 존재하는 의미가 나타나야 합니다. 그곳은 우리에게 불편한 자리일 수 있습니다. 환영보다는 조롱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 속으로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보내시며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라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