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래된 추억 하나를 꺼내 보려고 합니다.
도시의 네온사인이나 가로등 같이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목마다 지켜 서서 구석구석 모두에게 필요한 전기를 공급해 주던…, 지나가는 새들에게까지 쉼터로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넉넉한 인심의 소유자, 그 이름하여 ‘전봇대’입니다!
‘전봇대’에 얽힌 사연은 참으로 다양하기도 합니다. ‘전봇대에 앉은 참새 시리즈 이야기’ ‘전봇대로 이 쑤시는 이야기’ ‘전봇대와 술 취한 아저씨 이야기’등등. 이렇듯 아주 평범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어떤 때는 너무 흔해서 귀찮기까지 한 ‘전봇대’이지만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것처럼 교회에서도 아무런 은사나, 재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에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8년도 시카고교회 제직 임명자들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을 세우려고 하였습니다. 바라기는 2018년도 제직들은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닌 ‘전봇대 제직’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봇대처럼 서서 교회 이곳 저곳에 서려있는 어둠을 기도로써 묵묵히 밝혀 주기를 바랍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제직이 되겠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아무런 은사가 없다고 낙심하지 마세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도 마세요. 전기가 전봇대를 거쳐야만 필요한 모두에게 공급되는 것처럼,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성령의 일하심도 묵묵히 전봇대처럼 서서 믿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의 영적인 모습을 통해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사람들이 전봇대를 그 곳에 심어 넣은 것은 그 자리에서 그 모양으로 그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듯, 하나님은 당신께서 심어놓으신, 이름도 빛도 없는 전봇대의 위치와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온 누리를 환희 비추는 예수그리스도의 가로등 앞에 꿋꿋이 선 ‘전봇대 제직’이 되어 주시길 소망합니다.
2018년에 모든 성도들의 작은 빛이 되어 주고 또 이 사람 저 사람 다니며 걷어차도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는 ‘전봇대 제직’이 되어, 주님께 사랑 받는 여러분들이 되어 주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목사 이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