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 마스’인가? ‘크리스 마스’인가?
‘크리스 마스’를 줄여서 "X-mas"라고 씁니다. 어릴 적에 성탄카드를 만들어보겠다고 마분지를 가위로 자르고, 그 위에 어설픈 소나무 그림을 하나 그렸습니다. 알파벳이 라는 글자를 알만할 때라 한껏 멋 내어 X-mas를 그려 넣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작업은 카드 안쪽에다 친구에게 전할 짧은 글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야, 즐거운 [엑스 마스]가 되길 바래~!~"
창피한 일이지만, 솔직히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리이스어의 ‘χ(키)’가 영어의 ‘X(엑스)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지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그때까지 성탄절이 될 때마다 한 두 번 정도는 다른 사람에게 "이번 [엑스 마스]는 어떻게 보낼꺼야?"라고 말한 기억도 있습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야 ‘키 (χ)’라는 글자가 그리스어 임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저는 < X-mas>의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이스어 "Χριστος"의 첫 글자여서 X-mas를 엑스마스가 아니라 크리스마스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지에서 깨어난 기쁨이 얼마나 컸든지…!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저는 ‘크리스마스’를 다시 ‘엑스 마스!’로 불러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이제는 더 이상 ‘크리스 마스’가 되어도 "그리스도"를 기다리지도, 찾지도, 기억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리스 마스’를 예수 탄생과 관계없이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일년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 날은 ‘크리스 마스가’ 아니라 ‘엑스 마스’인 것입니다. 성도님들이 이 날을 ‘크리스 마스’로 보낼지 ‘엑스 마스’로 보낼지 선택 하셔야겠습니다! 지금 세상은 모든 대륙의 사람들과 모든 교회들을 ‘세속화’라는 물결로 아래로 몰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 이흥기